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밤은 깊이도 모르는 어둠 속으로
끊임없이 구르고 또 빠져서 갈 때
어둠 속에 낯을 가린 미풍의 한숨은
갈 바를 몰라서 애꿎은 사람의 마음만
부질없이도 미치게 흔들어 놓도다.
가장 아름답던 달님의 마음이
이때이면 남몰래 앓고 서 있다.
근심스럽게도 한발 한발 걸어 오르는 달님의
정맥혈로 짠 면사 속으로 나오는
병든 얼굴에 말 못 하는 근심의 빛이 흐를 때,
갈 바를 모르는 나의 헤매는 마음은
부질없이도 그를 사모하도다.
가장 아름답던 나의 쓸쓸한 마음은
이 때로부터 병들기 비롯한 때이다.
달빛이 가장 거리낌 없이 흐르는
넓은 바닷가 모래 위에다
나는 내 아픈 마음을 쉬게 하려고
조그만 병실을 만들려 하여
달빛으로 쉬지 않고 쌓고 있도다.
가장 어린애같이 빈 나의 마음은
이때에 처음으로 무서움을 알았다.
한숨과 눈물과 후회와 분노로
앓는 내 마음의 임종이 끝나려 할 때
내 병실로는 어여쁜 세 처녀가 들어오면서
- 당신의 앓는 가슴 위에 우리의 손을 대라고 달님이
우리를 보냈나이다 -.
이 때로부터 나의 마음에 감추어 두었던
희고 흰 사랑에 피가 묻음을 알았도다.
나는 고마워서 그 처녀들의 이름을 물을 때
- 나는 '슬픔'이라 하나이다.
나는 '두려움'이라 하나이다.
나는 '안일'이라고 부르나이다-.
그들의 손은 아픈 내 가슴 위에 고요히 닿도다.
이 때로부터 내 마음이 미치게 된 것이
끝없이 고치지 못하는 병이 되었도다.
- 박영희 <월광으로 짠 병실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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